추억과 즐거움 Tooli의 고전게임 - 툴리의 고전게임
회원가입로그인사이트 소개즐겨찾기 추가
  • SNS로그인
  • 일반로그인

수다방

전체 글 보기공지사항자주묻는질문요청&질문자유게시판가입인사게임팁&공략내가쓴리뷰매뉴얼업로드게임동영상지식&노하우삶을바꾸는글감동글모음공포글모음명언모음회원사진첩접속자현황회원활동순위Tooli토론방추천사이트IRC채팅방출석체크방명록



글 수 325

잊을 수 없는 주례사

조회 수 2486 추천 수 0 2006.03.15 09:01:23


-광(光)나는 말은 아끼지 마세요-



3 년 전에 한 선배의 결혼식에 친구와 함께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데 친구의 말에 의하면, 선배가 결혼에 이르기까지는 마치 한 편의 연애 소설을 방불케 할 정도로 사연이 많았단다. 선배 집안의 반대가 엄청났었다고.



신부는 선녀처럼 아름다웠다.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였다. 주례 선생님은 나의 대학 은사이자 선배의 은사이기도 했다. 머리카락이 몇 올 남지 않은 선생님의 머리는 불빛을 받아 잘 닦아놓은 자개장처럼 번쩍이고 있었다. 이윽고 선생님의 주례사가 시작되었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검은 머리가 저처럼 대머리가 될

때까지 변함없이 서로 사랑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 순간, 식장 안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이어지는 주례사는 신랑 신부와 하객들에게

재차 웃음을 던져주었다.



“제 대머리를 한문으로 딱 한 자로 표현하면 빛광, 즉 광(光)이라고 할 수 있지요. 신랑 신부가

백년 해로하려면 광나는 말을 아끼지 말고 해주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의

세 치 혀입니다.”



하객들은 모두들 진지한 눈빛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라는 빛광 같은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여보, 사랑해. 당신이 최고야!’라는 광나는 말은 검은 머리가

대머리가 될 때까지 계속해도 좋은 겁니다.”



그런데 그 순간, 하얀 장갑을 낀 선배의 손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선배는

신부에게 수화로 선생님의 주례 내용을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에 눈물이 맺히는 건

나뿐이 아니었을 거다.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광나는 말씀으로 주례사를 마치셨다.



“여기,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신랑이 가장 아름다운 신부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해주고 있습니다. 군자는 행위로써 말하고 소인은 혀로써 말한다고 합니다. 오늘 저는 혀로써

말하고 있고 신랑은 행위로써 말하고 있습니다. 신랑 신부 모두 군자의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두

군자님의 제2의 인생에 축복이 가득하길 빌면서 이만 소인의 주례를 마치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선생님과 신랑 신부를 보며 힘껏 박수를 쳤다. 예식장은 하객들의 박수

소리에 떠나갈 듯했다.


  


  


조회수 : 14777


글쓴이 : 쌍용 사외보 \'여의주\'에서 펀글.


관련 URL :


기타 사항 :

  • 2
  • 건의합니다. [11]
  • 2006-02-23 04:41
  • 3
  • 안녕하세요^^ [4]
  • 2006-02-22 15:04
  • 5
  • 가수 유승준 노래中 [4]
  • 2006-04-02 16:31
  • 6
  • 모든 일
  • 2006-04-02 16:29
  • 7
  • 친구
  • 2006-03-29 11:35
  • 8
  • 2006-03-29 11:32
  • 9
  • 경영자와 디자인
  • 2006-03-29 11:31
  • 이 게시물에는 아직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 보세요 :)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감동적인글 가슴이 따듯해지는 이야기를 올리는 곳입니다. [2] 툴리 2006.02.01 18861
    105 아.낌.없.이. 주.는. 나.무. 권정철 2006.03.15 1531
    104 자장면 권정철 2006.03.15 1690
    » 잊을 수 없는 주례사 권정철 2006.03.15 2486
    102 아직도 세상은 아름답다. 권정철 2006.03.14 1404
    101 다시만난 첫사랑 2 권정철 2006.03.14 1470
    100 다시 만난 첫사랑 1 권정철 2006.03.14 1728
    99 BEST FRIEND 권정철 2006.03.14 1418
    98 내게 돈이 생긴다면.. [1] 권정철 2006.03.14 1649
    97 내가 늑대와 결혼한 이유 권정철 2006.03.14 1506
    96 내가 편할 때.. 권정철 2006.03.14 1506
    95 그녀의 행복 지수 사천칠백오십원 권정철 2006.03.14 1440
    94 짝사랑 권정철 2006.03.14 1411
    93 천사를 본 적 있나요? 권정철 2006.03.14 1470
    92 가난한 연인들의 사랑애기 권정철 2006.03.13 1484
    91 도마뱀의 사랑 권정철 2006.03.13 1785
    90 단 5분의 고백 권정철 2006.03.13 1469
    89 내 어린 시절 권정철 2006.03.13 1289
    88 볶은 흙 한줌 권정철 2006.03.13 1198
    87 버스기사와 아들 권정철 2006.03.12 1448
    86 할아버지의 컵라면 권정철 2006.03.12 1353


    사이트소개광고문의제휴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사이트맵
    익명 커뮤니티 원팡 - www.onep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