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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325

거인의 옷

조회 수 1928 추천 수 0 2006.03.15 09:11:20


거인은 혼자서 움집에 살았습니다.



그는 늘 맨발로 다녔습니다. 발바닥의 굳은살이 두껍고 단단해서 신이 필요 없었습니다.

맨발이었지만 걸음걸이가 당당했습니다.



거인은 옷도 입지 않았습니다. 짐승 가죽으로 앞만 가리고 지냈는데, 그 차림은 여름에나

겨울에나 한결같았습니다. 아침에 기지개를 켜며 움집에서 나오는 거인의 몸에서는 하얀 김이

무럭무럭 났습니다.



마을에는 많은 땅을 가진 부자가 살았습니다. 이 부자는 봄만 되면, 일꾼을 얻는 일에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거인을 일꾼으로 부릴 수 없을까?'



어느 날 부자는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잔꾀를 부려 거인을 일꾼으로

삼으려고 온갖 궁리를 다했습니다. 그러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무릎을 탁 쳤습니다.



"옳지, 됐어"



부자는 부인을 시켜서, 여느 사람이 입는 옷의 한 배 반은 족히 되는 치수로 옷감을 마르고 솜을

두툼하게 넣어 바지저고리 한 벌을 만들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불 보따리보다 큰 옷 보따리를

거인의 움집에 몰래 갖다 놓았습니다.



날씨가 쌀쌀한 초겨울 해거름이었습니다.



산을 싸다니다가 온 거인은 낯선 보퉁이를 보고 멈칫했습니다.



"엇, 이게 뭐야?"



머뭇거리다가 풀어 보니 뜻밖에도 옷이었습니다. 옷이란 거인에게 그다지 긴요한 게 못

되었습니다. 거인은 한동안 그 옷을 윗목에 밀쳐 두고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어디 한 번 입어 볼까···."



거인은 아주 굼뜬 동작으로 옷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꽤 오래 걸려 다 입었을 때 땀이 말라

오슬오슬하던 몸이 무척 포근해졌습니다.



그날 밤, 그는 난생 처음 옷을 입은 채로 잠을 잤습니다. 거인은 옷을 입은 제 꼴을 옹달샘에 비춰

보며 낄낄 웃었습니다.



재미 삼아 며칠 동안 옷을 입고 지내다 보니, 추위가 닥쳤는데도 이젠 옷을 벗기가 싫었습니다.

거인은 옷을 입고 그 해 겨울을 보냈습니다.



봄이 되자, 몸에 친친 감기는 옷이 거치적거렸습니다. 거인은 옷을 벗어 버리고, 다시 짐승

가죽으로 앞만 가리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짐승을 쫓아다니다 보면 온몸에

생채기가 났습니다. 가시에도 긁히고 속새 잎에 베이기도 했습니다.



다시 겨울이 되었을 때 거인은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해 입었던 옷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큰일났군!"



긴긴 겨울을 보낼 생각을 하니 아득할 뿐이었습니다. 덜덜 떨며 마을로 내려간 거인은 부자를

찾았습니다. 부자는 거인을 보자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숨기느라 자꾸 수염을 쓰다듬었습니다.



"옷 한 벌 빌리까 해서요......"



"저런! 옷은 어디다 쓰시려고? 겨울에 눈 속에서도 옷을 안 입고 지내지 않소?"



"옛날에는 그랬습죠. 그런데 지난해 겨울에 장난 삼아 옷을 입고 지냈더니...."



"봄이 오면 농사일이나 좀 거들어 주겠소? 그러면 따뜻한 솜옷 한 벌을 거저 드리지."



거인은 이마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고, 부자가 주는 솜옷을 받아 움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솜옷을 입고 그럭저럭 겨울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또 봄이 되었습니다.



거인은 솜옷을 칡덩굴로 묶어 움집 천장에 매달아 놓은 뒤 그 길로 부자를 찾아갔습니다. "솜옷

덕에 겨울을 무사히 넘겼습니다. 은공을 갚아야지요."



"정 그렇다면... 봄이니까 밭을 갈고 씨 뿌리는 일을 거들어 주겠소?"



"암요, 말씀만 하십시오."



거인은 무슨 일이든 척척 해치웠습니다. 밭갈이는 보통 사람의 다섯 배를 하고, 짐 나르기는 열

배, 장작 패기는 스무 배나 하였습니다.



부자는 밭머리에 서서 긴 담뱃대로 이일 저 일을 시키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참 수월하게 농사를 다 지었습니다. 게다가 큰 풍년이었으니, 부자는 흐뭇했습니다. 추수가

끝나자 거인은 부자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옷값은 다 갚았지요? 전 가겠습니다."



"잘 가게."



부자는 거인의 넓은 등을 바라보며 야릇한 미소를 흘렸습니다.



찬바람이 불자 거인은 지난봄에 챙겨 두었던 솜옷을 내려 보았습니다. 이 솜옷을 두고두고 입으면

이젠 부자의 신세를 지지 않아도 될 성싶었습니다. 그러나 이빨로 칡덩굴을 물어 뜯어 솜옷을

펼쳐 보던 거인의 얼굴이 하얘졌습니다.



"이거 야단났군!"



빗물이 스며들어 얼룩덜룩해진 옷은 솜이 다 삭아 도저히 입을 수 없었습니다.



며칠 동안 망설인 끝에 거인은 다시 부자를 찾아갔습니다.



"어서 오게. 웬일인가?"



"또 신세를 져야겠습니다."



부자는 버릇대로 수염을 쓰다듬는 척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습니다.



거인은 옷 한 벌을 위하여 해마다 부자네 집에서 머슴살이를 했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거인은 더 추위를 타게 되었습니다. 이젠 여름에도 홑옷을 입어야 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거인의 일만 더 늘어났지, 부자는 새경을 더 올려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여름

옷까지 얻어 입어 빚만 자꾸 늘어갔습니다.



부자는 거인 앞에서는 짐짓 점잖은 티를 보이다가, 등 뒤에서는 야릇한 미소를 머금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거인은 꾸역꾸역 일만 하느라 번번이 그 웃음을 보지 못했습니다.


  


  


조회수 : 8348


글쓴이 : 김병규 님/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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