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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는 운동화

조회 수 1702 추천 수 0 2006.03.16 07:14:54


나는 고향을 떠나 자취를 하는 여대생이다. 주말에 가끔씩 고향집에 들르면 어머니께서 갖가지 반찬들을 싸 주시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모처럼 집에 들렀는데 어머니가 안 계셨다. 서운한 마음으로 김치라도 가져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가방을 챙기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작은 보퉁이 하나를 불쑥 내미셨다.



"김치랑 김 조금 쌌다. 밥은 절대 굶지 말아야 혀."



평소 살가운 말 한마디 하지 않으시던 아버지였기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곧 '그래, 우리 아버지는 이런 부이셨지' 하는 생각과 함께 옛 추억 하나가 아련히 떠올랐다.



내가 초등학생 때의 일이다. 운동화 한 켤레를 가지고 거의 일년을 신어야 했던 시절,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비 오는 날이었다. 해진 신발 밑창으로 들어온 빗물로 어느새 양말이 축축히 젖어 버리기 일쑤였다. 그런 날이면 나는 어김없이 새 신발을 사 달라고 투정을 부리곤 했는데,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 운동화 사 주세요. 또 양말이 다 젖었단 말예요."



나의 말에 아버지는 말없이 담배만 피우셨다. 아버지의 그런 냉담한 태도에 나는 일찌감치 새신발을 포기하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젖어 있을 운동화를 생각하며 기분이 상해서 토방에 내려서는데, 운동화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이 아닌가.



운동화를 사 줄 형편이 못 되었던 아버지는 새벽같이 일어나 부뚜막에 젖은 운동화를 올려놓고 군불을 지피셨던 것이다. 그날은 하루 종일 발도 마음도 따뜻했다.



자취방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아버지께서 싸 주신 반찬통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그때의 운동화가 생각나 살며시 미소지었다.


  


  


조회수 : 12154


글쓴이 : 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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