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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325

나무묘지

조회 수 2165 추천 수 0 2006.03.17 09:47:08


"너 나무묘지를 아니?"


" ………… "


"스위스 어딘가에 나무묘지가 있대. 사람이 죽으면 그 유해가루를 뿌리에 주사하는 거지.그럼 그 사람은 나무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거야. 어때 멋지지 않니?"


" ………… " 나는 약간 섬찟했다.


"난 말이야. 죽고나선 절대로 땅에 묻히기 싫어. 저기 저런 공동묘지엔 묻히고 싶지 않단 말이야. 거긴 얼마나 갑갑하고 축축하고 어둡겠니? 난 죽으면 나무묘지로 갈 거야. 내 몸의 찌꺼기와 영혼을 키 크고 튼튼한 나무 속에 넣어줄 사람을 찾고 있어. 얼마나 멋있어. 나무가 된다는 거. 말을 안하고 살아도 되고, 내가 양 팔을 가지로 벌리면 햇살이 녹색의 잎사귀들을 황금으로 도금하고, 새들은 그 밑에 쉬며 내일 찾아올 폭풍우의 소리를 미리 듣겠지. 나는 그 폭풍우에 내 머리채를 풀어헤치며 춤을 추고 싶어. 그리구, 아침에는 강가의 안개를 이마에 적시며 맑은 공기들을 뿜어내는 거야."

" ………… "


" 넌 왜 그렇게 말이 없니? 난 말이야. 시인이 되고 싶어. 넌? "


나는 나도 시인이 되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 "별로"


"하고 싶은 일이 없어?"


나는 정말 난처해 하고 있었다. 시인 외에 하고 싶다라고 적당히 둘러댈 만한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집요했다. 평행선의 한쪽처럼 내 옆에 서서 빤히 쳐다보며,기필코 대답을 들어야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무묘지를 관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나는 스스로도 방금 뱉은 소리가 너무 황당했던지, 입술 주위가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 말에 조금 놀란 듯, 걸음을 멈추고 잡았던 손을 놓았다. 나는 후회하고 있었다. 내가 했던
말이 그녀와 나 사이를 멀어지게 한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그녀가 다시 내 손을 잡았다.


"니가 했던 말 잊지 말고 나무묘지를 꼭 만들어 줘. 응?"


  


  


조회수 : 7964


글쓴이 : 이 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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