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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데이

권정철Lv. 56
3,189 P다음 레벨까지 60 P가입 2006.02.14
조회1,160댓글0
발렌타인 데이





발렌타인 데이. 2월 14일 근처만 되면 모든 세계의 연인들이란 연인들은 전부 무엇에 쫏기는 듯이

경쟁적으로 초코렛을 사고, 만날 약속을 잡고, 어떻게 좀더 좋아한다는 말을 멋지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그런 고민들... 고민들... 그런 걸 보고 행복한 고민이라고 하나요?



2월 14일의 아침. 전 다른 날과는 달리 일찍 일어났습니다. 오랜만에 밝은 햇살을 오랫동안 맞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이나 기분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았습니다.



몸을 뿌드득 일으키고,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고, 이 닦는 20년동안 계속 되어온 습관 아닌 습관을

행사처럼 마치고 나서 옷장을 열었습니다. 옷장 안에는 길거리를 걷다가 무작정 사버린

5000원짜리 분홍 스웨터가 아빠가 큰 맘 먹고 사주신 롱코트와 같이 힘겨워 하는 눈치로

걸려있더군요. 이 놈, 제가 아니면 누가 입어주겠습니까. 분홍 스웨터를 꺼내 걸치고, 청바지를

입은 뒤 전 어머님께 나간다는 말도 안하고 그냥 집을 빠져 나왔습니다.



그녀랑 만날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제 옆에는 항상 그녀가 있습니다. 지하철 타러 같이 가는데도

옆에서 계속 싱긋 싱긋 웃어주더군요.



" 춥니? "



" 아니. 너만 안추우면 나도 안추워."



" 그래."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신촌역으로 향했습니다.



신촌역에는 그렇게 사람이 많을 수가 없더군요. 저마다 행복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즐겁게

웃으며 오늘을 즐기는 그 수많은 커플들. 저도 질 수 없었죠. 제 옆의 그녀를 보며 전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웃어주었습니다. 안을수도 없고, 손을 잡을 수도 없지만 같이 있는 것으로도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자주 가던 철판 볶음밥 집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녀는 좀 배불러 하는

눈치길래 하나를 시켜 둘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이상하게 목에 걸려 왔지만 그냥 모른 척 하고

꾸역 꾸역 먹어댔습니다. 꾸역 꾸역...



그리고 잠시 신촌 거리를 거닐었습니다. 소화도 시킬 겸, 거리도 볼겸. 오랜만에 와 본 거리라서

그런지 어색하기도 하고, 그 많은 사람들을 헤쳐나가는게 거북하기도 하고, 그래서 저와 그녀는

그냥 가만히 벤치에 앉아서 겨울의 햇빛을 몸으로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제가

예매를 해 두었던 영화를 볼 시간이 되었습니다. 전 제 곁에서 따스하게 지켜보고 있는 그녀와

같이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역시 영화관에도 사람이 많았습니다. 재미있는 영화라고 소문이 났었으니까요. 그러나 전

영화내용은 하나도 기억 할 수 없었습니다. 옆에 앉아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게 더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었으니까요. 너무 행복하니 눈물이 나더군요. 손을 꼭 잡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슬프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오니 벌써 저녁 9시. 밤은 벌써 별들로 어두움을 밝힐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고, 달은

나무가시처럼 세상을 찔러대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제가 살며시 얘기하더군요. 초콜렛 사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그래서 전 아무말 없이 가게로 들어가 제일 예쁜 초콜렛을 사서 손에 들고는

얘기 했습니다. 이건 내가 산 게 아니라 네가 사 준거라고. 그때 그녀의 표정은 제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기쁜 표정이었습니다.



......



그 날 영화관에서 옆의 빈자리에는 제 눈물방울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을 껍니다. 혼자 걷던 신촌

거리에 남겨진 발자국 하나하나마다에도 고스란히 슬픔이 담겨져 있을 껍니다.



그렇게.. 전 1년전에 골수암으로 떠나버린 그녀와 함께 행복한 발렌타인 데이를 보냈습니다.

그녀와 함께.....



이젠 놓아줄께. 안....녕. . . . .. .





- 이 글은 제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쓴 글입니다. 제 친구처럼 슬픈 발렌타인 데이를 보낸 분이

없기를 빌며 이만 마칩니다


  


  


조회수 : 38026


글쓴이 : 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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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이야기3251 / 17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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