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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이중호
조회2,025댓글0
해바라기

     초등학생 영희는  아빠와 함께 화단 옆,긴 벤치에 앉아 있었다.

     영희는 시무룩한 얼굴로 아빠에게 말했다.

    " 아빠 있잖아, 나 요즘 마음이 너무 아파."
    " 왜, 무슨 일이 있니.영희야?"
    " 내 짝꿍 보라 있잖아.

    걔가 다음 주에 지방에 있는 먼 학교로 간대.
    보라 아빠가 하시던
    장사가 망해서 시골 할머니 집으로 이사가나 봐.

   " 참 안됐구나." 아빠는 혀를 쯧쯧 끌며 말했다.
   " 아빠, 보라 전학 가고 나면 어떡하지?"

    샐쭉한 표정을 짓고 있던
    영희 얼굴에는 금세 슬픔이 내려앉았다.

    " 영희야,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또 헤어지기도 하는거야.

    친구 보라하고는 편지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지금보다
    더 친해질 수도 있으니까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

    그때 물끄러미 노란 해바라기를 바라보던 영희가 아빠에게 물었다.

    " 아빠 . 저 해바라기 좀 봐.
    바람 불면 금방 쓰러질 거 같다, 그치 ?"

    " 지금 보니 해바라기가 정말로 조금 기울었구나."
    " 아빠, 해바라기는 정말 신기한 것 같아.

    얼굴이 저렇게나 큰데도 쓰러지지 않잖아.
    무거운 얼굴이 한쪽으로만 기울어져 있으니까

    꼭 쓰러질 것 같은데.
    영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빠에게 물었다.

    " 영희야. 해바라기가 쓰러지지 않는 건
    햇빛을 좇아서 제 스스로

    얼굴을 돌리기 때문이야."
    " 그게 정말이야, 아빠 ?"

    " 응, 정말이래. 햇빛이 부족한 날이면
    해바라기는 햇빛을 좇아   얼굴을 조금씩 돌린대.

    얼굴에 촘촘히 박혀 있는 씨앗을
    햇볕에 잘 여물게 하려고 말야.

    만약에 해바라기가 무거운 얼굴에  한쪽으로만 숙이고 있다면
   결국 그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 거야.

    그런데 해바라기는 햇빛을 좇아서  무거운 얼굴을 조금씩
    돌리니까 쓰러지지 않는거래."

    " 우와, 신기하다, 아빠...."
    " 영희야, 사람 사는 일도 마찬가지야.

    기쁜 일만 있어도 교만 때문에 우리들은 쓰러지고,
    슬픈 일만 있어도 절망 때문에 우리들은 쓰러지고,
    말거든 슬프다고 자꾸만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안 돼.

    해바라기처럼 밝은 곳을 보려고
    자꾸만 자꾸만 애를 써야지

    사람도 쓰러지지 않는 거야. 알았지, 영희야 ?"
    아빠의 말을 이해한 듯 영희는
    살며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맑은 바람 한줄기가 검게

    그을린 해바라기 얼굴을
    살며시 흔들고 지나갔다.


    해바라기 [ 연탄길 3 ] - 중에서
전체 이야기3251 / 17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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