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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과 자장면

1,655 P다음 레벨까지 26 P가입 2006.08.06
조회2,185댓글3
『삽겹살과 자장면』

우리집은 6년전부터 국가보조금에 의지해 살아왔다. 이런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내가
무사히 대학까지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절약하며 살아오신 부모님 덕분이다.
아버지는 나를 끔찍이 아끼신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지금의 엄마와 재혼한 아버지는
엄마가 데려온 언니에게보다 내게 더 많은 애정을 쏟으셨다. 오빠도 있었지만
십 년 전 하늘 나라로 떠나 버렸고 아버지는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나를 더 사랑하셨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에 다니던 때, 온라인으로 송금하는 방법을 모르는 아버지는
달마다 한 번씩 학교에 들러 용돈을 주셨다. 언젠가는 마침 점심시간에 오셨기에 아버지를
모시고 학교 구내식당에 갔다. 아버지는 구내식당에 가장 값이 싼 7백원 짜리 자장면을
시키셨다. 먹성 좋은 친구들도 맛없다고 남기는 자장면을 "값도 싸고 맛있구나!"라며
그릇을 싹싹 비우는 아버지의 모습에 나는 내심 많이 놀랐다. 아버지는 차비 아깝다며
집에 자주 오라는 말씀도 안 하셨다. 언젠가 집에 들렀을때 엄마가 "네 아버지 쌀
아낀다고 글쎄 하루 한 끼만 드신다고 고집 부리신다. 네가 좀 어떻게 해봐" 하셨는데
나는 식욕이 없으신가 보다 하며 웃어넘겼다.

얼마 전 내 졸업식이 끝나고 식구들과 삼겹살집에 갔다. 아버지는 무척 주저 하며
음식점에 발을 들여 놓으셨다. 삼겹살을 드실 때도 다른 사람들이 먹는 모습을 유심히
살피셨다.
"네 아버지 아마 삽겹살 드시는 것 처음이실 게다." 엄마 말씀에 언니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아버지! 정말 삽겹살집 처음이에요?" 물었지만 아버지는 아무 대꾸도 안 하셨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돈이 없어 초등학교도 못 나오고 배곯는 날이 허다했다던 아버지에게
자장면과   삼겹살은 사치스런 음식이었던 것이다. 목이 메어 젓가락을 들지 못하는
내게 엄마가 한마디 던지셨다.
"정민이 너 아버지한테 잘해라. 너 대학 다니는 동안 십 원 하나 허투루 쓰시는 것
못 봤다. 좋아하는 약주도 딱 끊고... 아버지 머리 좀 봐라. 머리 깍는 돈 아끼려고 혼자
깍다가 저렇게 돼 버렸어. 너희들 정말 아버지한테 만큼은 잘해야 한다!"

대학 졸업하고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나. 오늘도 부모님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본다.
반드시 취직해서 우리 부모님 호강시켜 드리겠노라고.

전체 이야기3251 / 17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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