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즐거움 Tooli의 고전게임 - 툴리의 고전게임
회원가입로그인사이트 소개즐겨찾기 추가
  • SNS로그인
  • 일반로그인

수다방

전체 글 보기공지사항자주묻는질문등업신청요청&질문자유게시판게임팁&공략내가쓴리뷰매뉴얼업로드게임동영상지식&노하우삶을바꾸는글감동글모음공포글모음명언모음회원사진첩접속자현황회원활동순위Tooli토론방추천사이트IRC채팅방출석체크방명록



글 수 327

얘야,착한게 잘못은 아니란다

조회 수 1160 추천 수 0 2006.02.06 14:43:34


내가 초등학교 육학년 때 육이오 전쟁이 났다.

아버지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머니 말씀 잘 듣고 집 지키고 있어."

하시고는 한강을 건너 남쪽으로 가셨다.




그 당시 내 여동생은 다섯 살이었고 남동생은 젖먹이였다.

인민군 치하에서 한 달이 넘게 고생하며 살아도 국군은 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견디다 못해서 아버지를 따라 남쪽으로 가자고 하셨다.

우리 삼 형제와 어머니는 보따리를 들고 아무도 아는 이가 없는 남쪽으로 향해 길을 떠났다.




일주일 걸려 겨우 걸어서 닿은 곳이 평택 옆 어느 바닷가 조그마한 마을이었다.

인심이 사나워서 헛간에도 재워주지 않았다.




우리는 어느 집 흙담 옆 골목길에 가마니 두 장을 주워 펴놓고 잤다.

어머니는 밤이면 가마니 위에 누운 우리들 얼굴에 이슬이 내릴까봐 보자기로 씌워 주셨다.

먹을 것이 없었던 우리는 개천에 가서 작은 새우를 잡아 담장에 넝쿨을 뻗은

호박잎을 따서 죽처럼 끓여서 먹었다.




삼일째 되는 날 담장 안집 여주인이 나와서 우리가 호박잎을 너무 따서

호박이 열리지 않는다고 다른데 가서 자라고 하였다.

그날 밤 어머니는 우리를 껴안고 슬피 우시더니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남쪽으로

내려갈 수 없으니 다시 서울로 돌아가서 아버지를 기다리자고 하셨다.




다음날 새벽 어머니는 우리들이 신주처럼 소중하게 아끼던

재봉틀을 들고 나가서 쌀로 바꾸어 오셨다.

쌀자루에는 끈을 매어서 나에게 지우시고,

어머니는 어린 동생과 보따리를 들고 서울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평택에서 수원으로 오는 산길로 접어들어 한참을 가고 있을 때였다.

서른살쯤 되어 보이는 젊은 청년이 내 곁에 붙으면서

"무겁지. 내가 좀 져 줄게."

하였다.




나는 고마워서

"아저씨, 감사해요."

하고 쌀자루를 맡겼다.




쌀자루를 짊어진 청년의 발길이 빨랐다.

뒤에 따라 오는 어머니가 보이지 않았으나 외길이라서 그냥 그를 따라갔다.

한참을 가다가 갈라지는 길이 나왔다.




나는 어머니를 놓칠까봐

"아저씨, 여기 내려주세요. 어머니를 기다려야 해요."

하였다.




그러나 청년은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그냥 따라와."

하고는 가 버렸다.

나는 갈라지는 길목에 서서 망설였다.




청년을 따라 가면 어머니를 잃을 것 같고 그냥 앉아 있으면 쌀을 잃을 것 같았다.

당황해서 큰소리로 몇 번이나

"아저씨!"

하고 불렀지만 청년은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그냥 주저앉아 있었다.

어머니를 놓칠 수는 없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 즈음 어머니가 동생들을 데리고 오셨다.

길가에 울고 있는 나를 보시더니 첫마디가

"쌀자루는 어디 갔니?"

하고 물으셨다.




나는 청년이 져 준다면서 쌀자루를 지고 저 길로 갔는데,

어머니를 놓칠까봐 그냥 앉아 있었다고 했다.




순간 어머니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리고 한참 있더니 내 머리를 껴안고

"내 아들이 영리하고 똑똑해서 에미를 잃지 않았네."

하시며 우셨다.




그날밤 우리는 조금 더 걸어가 어느 농가 마루에서 자게 되었다.

어머니는 어디에 가셔서 세끼손가락 만한 삶은 고구마 두 개를 얻어 오셔서

내 입에 넣어 주시고는

"내 아들이 영리하고 똑똑해서 아버지를 볼 낯이 있지."

하시면서 우셨다.




그 위기에 생명줄 같았던 쌀을 바보같이 다 잃고 누워 있는 나를

영리하고 똑똑한 아들이라고 칭찬해 주시다니.




그 후 어머니에게 영리하고 똑똑한 아이가 되는 것이 내 소원이었다.

내가 공부를 하게 된 것도 결국은 어머니에게 기쁨을 드리고자 하는

소박한 욕망이그 토양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때는 남들에게 바보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어머니의 바보처럼 보이는 나를 똑똑한 아이로 인정해 주시던 칭찬의 말 한 마디가

지금까지 내 삶을 지배하고 있는 정신적 지주였던 것이다.

글이 재밌거나 유용하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 1
  • 레벨은 언제 올라가요? [7]
  • 2006-01-31 20:56
  • 2
  • 시간 명언 15개 [2]
  • 2006-02-03 19:11
  • 3
  • 사랑명언 10개
  • 2006-02-02 16:43
  • 7
  • 사이트가 바꼈네요
  • 2006-02-16 16:33
  • 8
  • 그건 그럼
  • 2006-02-07 22:21
  • 9
  • 돈침대 좋겠다.
  • 2006-02-01 09:27
  • 이 게시물에는 아직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 보세요 :)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감동적인글 가슴이 따듯해지는 이야기를 올리는 곳입니다. [2] 송승근 2006.02.01 18514
    27 BEST 첫눈 오던 날 약속을 지키셨나요 권정철 2006.02.21 1032
    26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라고하죠.. 송승근 2006.02.16 986
    25 BEST [추모] 일본놈들이 우리한국사람에게 한짓!! 정말 끔찍합니다. [2] 송승근 2006.02.16 1399
    24 BEST 중국집의 감동적인 이야기 송승근 2006.02.16 1411
    23 BEST 삼십분전에 있었던 일이다. [1] 송승근 2006.02.16 1141
    22 BEST 피씨방에서 있었던 감동적인일 [2] 송승근 2006.02.16 1317
    21 생명을 구해준 친구 [2] 송승근 2006.02.16 977
    20 BEST 남은 음식 좀 주세요 송승근 2006.02.16 1115
    19 BEST 나에게 있어서 크나큰 존재 송승근 2006.02.16 1188
    18 BEST 아버지를 처음으로 넘어뜨린 날 송승근 2006.02.16 1285
    » BEST 얘야,착한게 잘못은 아니란다 박의진 2006.02.06 1160
    16 BEST 실화에여 넘 슬픔..ㅜㅜ [3] 권영진 2006.02.03 1267
    15 BEST 나의 첫사랑.... 사랑합니다.. 2006.02.02 1319
    14 BEST 난 아버지가 부끄러웠어요. t없e맑은OrOl 2006.02.02 1417
    13 BEST 아버지의 사랑..가슴찡합니다....♥ [4] 내눈물 2006.02.02 1421
    12 BEST 사랑하는 그대에게 ..♥ 내눈물 2006.02.02 1431
    11 BEST 좀 길지만..정말슬픈이야기입니다..저는읽어보고 가슴이 찡했습니다.. [1] 내눈물 2006.02.02 1451
    10 BEST 여자가 남자와 헤어질때.... 내눈물 2006.02.02 2510
    9 BEST 어디서부터 잊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내눈물 2006.02.02 1599
    8 BEST 감동적인 글귀.. 내눈물 2006.02.02 3674


    사이트소개광고문의제휴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사이트맵
    익명 커뮤니티 원팡 - www.onepang.com
    서버에 요청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