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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CRAFT- 제 1 장 11화 베토벤의 운명

조회 수 4856 추천 수 1 2008.08.21 00:47:09


비행선은 행성을 빠져나와 광활한 우주 공간을 비행하고 있었다.

“맥주....남은 거 있어?”

퍼거슨이 맥에게 물었다.
맥이 물끄러미 퍼거슨을 보더니 딱 잘라 말했다.

“아니.”
“내가 껌을 조금 가지고 있는데.”

알버튼이 조종석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는 조종석에서 나와 맥 옆자리에 앉으며 퍼거슨에게 껌을 하나 건네주었다.

“앨런?”

알버튼이 앨런에게 껌을 먹을 건지 물었다. 앨런은 손을 저었다.

“저기,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야?”

앨런이 물었다.

“우리가 저 이름 모를 행성에 정착하기 전에 이 근방에 행성으로 103 부대가 정착을 할 거라는 교신이 있었거든.”
“103 부대?”

퍼거슨이 껌을 게걸스럽게 쩝쩝 소리 내어 씹으며 말했다. 언뜻 보면 껌을 처음 맛보는 사람처럼 보였다.

“103 부대라 어디서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라크 전쟁 때 활동했던 주요 부대야, 이라크가 평화를 찾고 나서 할 일이 없어진 군부대들을 너희를 감시하는 데에 썼던 거야.”

맥이 약간 알딸딸한 표정으로 답했다.

“퍼거슨, 그런데 넌 103부대를 어디서 들은 거야, 너도 군인이었나 보지?”
“아니, 뉴스에서 본 것 같아.”

퍼거슨이 껌을 부풀려 풍선을 만들어 보였다.

“사실은 군인들도 인구계획에 포함이 되어있었던 건가?”

앨런이 흘리는 말처럼 말했다. 그러자 맥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가족들이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야.”

맥이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어보며 말했다. 알버튼이 맥의 사진을 힐끔거리며 쳐다보자, 맥이 그것을 눈치 채곤 사진을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어때, 아름답지?”

맥이 보여준 사진에는 갈색 단발머리를 한 백인 여성 한명과 그 여성을 닮은 작은 여자 아이가 하나 있었다.

“가족사진인가?”

앨런이 물었다. 그러자 맥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 녀석은 이제 막 6살이지.”

맥이 사진에 있는 여자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앨런과 퍼거슨, 알버튼을 포함해서 심지어 팬텀조차도 그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도 잘 있으려나?’

앨런이 자신을 위해 눈물을 흘렸던 애인을 생각하며 그리움에 잠긴다. 이미 비행선 내에 모두가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아, 자네 가족사진을 보니 나도 생각나는 게 있어.”

퍼거슨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그래서 할머니가 칠면조에 내 고양이를 넣어버렸다고 하면서 감사절이니 맛있게 먹으라고 식탁에 차려주는 거야, 어린 맘에, 잠깐, 나도 그땐 꽤 순수했어, 어쨌든 펑펑 울었지, 물론 할머니의 거짓말이었지만.”

퍼거슨의 얘기에 모두가 호탕하게 웃었다. 퍼거슨은 몇 번 같이 소리 내어 웃더니 껌을 다시 게걸스럽게 씹기 시작했다.

“할머니에게 나도 잘 해드리고 싶었는데 옥에 있다 보니 장례식에도 못 갔어.”

퍼거슨이 고개를 숙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그걸 본 팬텀이 퍼거슨의 어깨를 살짝 토닥였다.

“이봐, 뭐 하는 거야?”

퍼거슨이 징그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보게 친구, 할머니가 그리울 때는 그냥 시원하게 울게나.”
“젠장, 내가 무슨 여중생인줄 알아?”
“하하, 이 친구도 의외로 깡따구가 있군, 나에게 감히 대들다니.”

팬텀이 소리 내어 웃었다. 퍼거슨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팬텀을 보더니 껌을 다시 게걸스럽게 씹기 시작했다.

“어이, 뒤에 너무 시끄러워.”

존 중위가 소리쳤다.

“알버튼, 나랑 교대해.”
“예?”
“교대하자니까?”
“저 방금 앉았습니다.”
“누가 앉으라고 했어?”

결국 알버튼이 앉았던 자리에 존 중위가 앉았다. 알버튼은 조종석에 앉아서 침울하게 있었다.

“나도 재미난 이야기가 많다고, 조종석에 혼자 앉아 있으면 얼마나 쓸쓸한지 알아?”

존 중위가 웃으며 말했다.

“맥.”

존 중위가 맥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맥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캔 맥주 하나를 꺼내어 중위에게 주었다.

“이봐, 없다며?”

퍼거슨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네 것은 없다고.”

맥이 피식하고 웃었다.
존 중위가 캔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자, 퍼거슨에 얼굴에는 부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자넨 술 안 좋아하나?”

존 중위가 맥주를 마시다가 말고 앨런에게 물었다.

“전 술을 안 합니다, 신자거든요.”
“신을 믿는다고?”

앨런에 대답에 중위가 깜짝 놀란다.

“이거 놀라운 사실인데, 살인마가 신을 믿는 다니.”
“그냥 제 신념을 지켜주는 구실이죠.”

앨런이 어깨를 으쓱한다.

“신념이라, 신념, 그거 좋지.”

중위가 껄껄거렸다. 그러더니 바닥에 가래를 뱉었다.

“젠장.”

중위가 맥주를 마저 다 마셨다.









“곧 있으면 도착합니다, 중위님 준비하시죠.”

알버튼이 중위에게 말했다.
비행선이 비행을 시작한지 이미 반나절을 넘기고 나서야 목적지인 103 부대가 정착한 행성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존 중위는 자신의 제복을 단정하게 하고, 향수를 뿌려 술 냄새를 지웠다.

“어때, 이만하면 제대로지?”

존 중위가 자신의 하얀색 군모를 쓰며 씨익 하고 웃어 보인다.

“앨런, 퍼거슨, 너희 둘도 준비해, 연설을 해서 이 행성에 있는 죄수들도 최대한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해.”

존 중위가 말했다.
앨런은 갑자기 배가 뒤틀리는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연설은 학원 강사를 하던 실력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하겠지만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살인하던 기억까지 같이 떠오르게 할 것 같아 불안한 앨런이었다.

“대기권 진입.”

알버튼이 외쳤다.
이윽고 비행선이 이리저리 요동치더니, 안정권에 들어왔다는 알버튼에 말과 동시에 비행선은 다시 얌전해졌다.

“여기는 알파 9호.”

알버튼이 비행선 안에 있는 무전기에 대고 교신을 시도했다.

“여기는 알파 9호, 103 부대 응답하라.”
“신호가 안 잡혀?”

존 중위가 알버튼 옆에 다가가서 물었다. 그러자 알버튼이 고개를 젓는다.

“그게 아니라 무전기의 신호 감지영역이 너무 작아서 그러는 걸 겁니다, 일 킬로미터 근처에 있어야 신호가 잡히니 좀 걸릴 겁니다.”

알버튼이 무전기에 대고 계속 알파 9호를 외쳤다.

“여기는 그나마 숲도 있고 강도 있구만.”

존 중위가 창문 너머로 보이는 행성에 풍경을 보고 말했다. 앨런에 눈에는 그제야 창문 밖에 풍경이 들어왔다.
높은 산도 있었고, 땅에는 푸른 나무들이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로 마치 생명수가 흐르듯이 강이 나있었다.

“여기는 알파 9호, 103 부대 응답하라.”
“.....음, 누가 이 주파수로 무전을 치는 거야?”

무전기 너머로 누군가 말해왔다.

“분명 23번으로 주파수를 맞추라고 했을 텐데?”
“여기는 알파 9호, 착륙지로 인계 부탁한다.”

알버튼이 말했다.
그러나 대답이 오지 않았다.

“젠장, 거리를 벗어났나 봅니다.”
“빨리 비행선 돌려.”

존 중위가 외쳤다.
비행선이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 위해 방향을 트는 순간, 갑자기 왠 거대한 새가 나타났다.

“젠장, 부딪치겠다!”

존 중위가 다급하게 외쳤다.

“고도를 낮춰!”

알버튼이 조종간을 당기자 비행선이 땅을 향해 급강하했다. 거대한 새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유유히 사라졌다.

“됐어, 고도 다시 원상 복귀해.”

중위가 이마에 땀을 닦았다.

“방금 그거 공룡 비슷하게 생겼던 데...”

퍼거슨이 앨런에 귀에 속삭였다.

“그 뭐더라, 원시 생물 따위인 건가?”
“그럴 거야.”




“이봐, 알파 9호, 착륙지 좌표를 알려 주겠다, A23-F15이다.”

잠시 후, 다시 무전기 너머에서 신호가 왔다.
알버튼이 조금 난처한 듯이 뜸을 들이다가 무전기에 답을 하였다.

“미안하지만 우린 이곳에 지형에 관한 지도가 없다, 직접 인계 부탁하겠다.”
“뭐라구?”
“우리는 103 부대 소속이 아니다, 직접 인계 부탁한다.”
“손님이시군, 잠시 기다려라, 착륙지 근처에 최루탄을 던져두겠다, 근처를 좀 더 비행하다가 보이거든 착륙하라.”
“알았다.”

그들은 무전기 교신 후 5분 정도 더 비행을 하고 나서야 착륙지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일단 만약을 대비해서 팬텀과 알버튼은 무장하고 여기서 기다려라, 맥은 소총 챙겨서 따라오도록.”

존 중위가 그렇게 대원들에게 설명을 한 뒤에 앨런과 퍼거슨에게 연설할 준비가 되었냐고 물었다.

“그럭저럭이요.”

앨런이 한 숨을 쉬었다.







비행정이 착륙지에 착륙을 하니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처음 비행선 문이 열리자 그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그 환호성은 존 중위와 앨런 일행이 내리자 갑자기 줄어들었다. 이윽고 착륙장은 침묵만이 남게 되었다.

“여기 책임자인 대위님을 찾아 왔는데...”

존 중위가 그들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들은 대답 없이 존 중위와 앨런 일행을 노려보기만 하고 있었다.
앨런에 머릿 속에 안 좋은 그림들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여기 103 부대 책임자를 만나러 왔다.”

존 중위가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러나 역시 침묵만이 감돌았다.

“여기 103 부대 책임자를 만나러 왔...”
“103부대는 사라진지 오래다.”

무리에서 약간 통통한 체격의 머리가 반 정도 벗겨진 백인 노인이 걸어 나오며 말했다.  

“사라져?”

존 중위가 약간 당황해 하며 말했다.
앨런은 그제야 이들의 정체를 눈치 챌 수 있었다. 비록 옷차림은 죄수복이 아니었지만 이들은 분명 죄수들이었다. 그 어디에도 군인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우리 손으로 그들을 끝장낸 지가 꽤 되었거든.”

그 노인이 실실 웃어대기 시작했다.

“어쩐지 무전으로 103 부대를 찾을 때부터 이상했어, 크크.”
“으흠.”

노인에 말에 존 중위가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옷차림새를 보아하니 군인이구만, 그래 무엇 때문에 여길 오셨나?”

노인이 실실 거리며 웃어댔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싸늘하게 노려볼 뿐이었다.

“일단은 여기서 바로 저들을 설득하도록 해.”

존 중위가 앨런에게 귓속말을 하였다.

“현재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들과 멩스크의 만행을 알려주면 일단 이 위기는 벌어날게 틀림없어.”

앨런이 보기엔 중위에 터무니없는 희망이나 다름없었다. 이 죄수들은 앨런의 말 따위는 듣고 싶어 하지도 않을 듯했다. 아니 앨런이 갑자기 날아온 총에 맞아 쓰러져야 두어 명 힐끔
쳐다볼 듯했다.

“만약 무슨 도움이 필요해서 온 거라면...”

갑자기 노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도와 줄 수도 있지.”

존 중위와 앨런 일행은 그 노인에 말에 놀라고 말았다. 예상 밖에도 그들이 먼저 이런 말을 꺼내어 준다면 그것은 하늘이 내려준 기회나 다를 바가 없었다.

“그..그렇소, 우리는 도움이 필요하오, 약간의 군 지원자들이 필요하오. 될 수 있는 데로 말이오.”

존 중위가 당황한 나머지 목적을 너무 쉽게 털어놓고 만다. 그러자 노인이 껄껄 웃기 시작했다.
  
“역시 군인들이란 다 얼간이들이야, 군 지원자를 원한다구?”

존 중위의 말에 조용하던 다른 몇몇의 다른 죄수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우린 군인 따위는 안 해, 우린 103 부대 놈들을 모두 죽여서 숲에 거름으로 줄 정도로 군인을 싫어해, 하지만 싸울 전사가 필요한 일이라면 군 지원자가 되는 것 대신에 용병으로 뛰어주지.”

노인이 말했다. 노인에 말에 존 중위는 한층 더 당황하였다.

“용병이라니, 이런 우주 벌판에서 용병을 고용할 돈이 어디 있으며, 또 그런 돈을 가져다가 어디에 쓴다고...”
“멍청하긴....우린 돈이 아니라 다른 대가를 원해, 어려운 게 전혀 아니지, 식량과 무기를 값으로 받는 거라고, 어때?”

노인이 썩은 이가 멀리서도 잘 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식량과 무기만 제공하면 용병으로 활동해주겠다는 건가?”
“당연하지, 하루 한 명이 용병으로 활동하는 가격으로 식량 10킬로그램, 소총 탄약 1200발이면 되네, 매우 싸지?”
“뭐라고?”

존 중위를 한층 더 당황시키는 노인의 말은 계속 되었다.

“우린 이제 더 이상 죄수가 아니라 용병이라는 전문직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가끔은 죄수들에게 고용되어서 군인들과 싸우기도 하지만 때로 군인에게 고용되어서 반란을 일으킨 죄수들을 죽이기도 하지, 즉, 우리는 경험 하나만큼은 풍부하다 이 말이야, 그러니 그런 엘리트들을 고용하고 이 정도 가격을 치르는 것은 매우 싼 거 아닌가?”
“하지만 우리가 필요로 하는 병력의 수가 워낙 많은 지라, 그 정도의 가격은 매우 비싸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오.”

존 중위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흐리고 있었다.

“어느 정도가 필요하지?”

노인이 물었다.

“최소 2000명.”
“흐음, 자네들은 어느 행성에서 왔는가?”
“그건...”

중위가 말에 뜸을 들였다.
그러자 노인이 무언가 눈치 채고 비웃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냥 행성이라고만 불렀는데 무슨 이름이 있겠는가, 멩스크의 침략이 코앞에 닥쳐와 겨레가 위협받고 있는 긴급한 순간에 누가 행성 이름 따위를 생각이나 했겠는가?

“흥, 역시 초짜들이군, 이 근처 행성에 사는 자들은 우리 용병대에 이름만 듣고도 무서워 떠는 데 행성 이름조차 없다니 미개한....”
“사라 행성에서 왔습니다.”

앨런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러자 중위가 앨런을 힐끔 쳐다보았다.
노인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앨런을 바라보았다.

“사라 행성?”
“그...그렇소.”

존 중위가 고개를 돌려 다시 노인을 보며 말했다. 위기는 모면했다. 그깟 행성 이름이야 방금 즉석에서 지어낸들 무슨 상관이며 이들이 뭐라 할 정도로 잘못된 일도 아니다.

“자네들 부대 이름은?”
“크로노스 윙.”

중위가 답했다.
그러자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고 생각에 잠시 잠겼다.

“우리가 해치워야 할 적은?”
“UN 연구소장 멩스크가 이끄는 부대라오.”
“그렇군.”

노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존 중위가 자신의 이마에 땀을 옷소매로 닦았다. 그는 일이 잘 처리되는 것 같아서인지 안심하는 눈치였다.

“흐음, 우리가 만약 당신들의 승리를 돕는다면 적의 모든 보급품과 탄약, 무기, 비행선들을 우리가 가져도 되겠소?”

노인이 물었다.
중위는 다시 한 번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이봐, 뭘 그리 놀라나, 자네들은 우릴 고용한 값도 제대로 못 낼 형편이잖아, 그런데 이렇게 자네들을 승리로 이끈 후에 전리품만 우리가 갖겠다는데 뭐가 그리 놀라나, 이렇게 파격적인 가격에 용병 일을 해주겠다고 하는 곳도 어디 없다고.”
“하지만 아직 그 정도는 내게 권한이 없소, 상부에서 결정할...”
“쯧쯧, 이런 제안조차 거절하다니 멍청하군, 그럼 잘 가게나들.”
“잠깐...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시오, 비행정으로 돌아가서 내 부하들과 상의를 해보고 결정하겠소,”

중위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노인이 존 중위가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맘대로 하시오, 어차피 우리도 우리의 지도자에게 보고를 해야 될 것 같으니.....기다리던 손님은 안 오고 별 하찮은 것들이 사람을 귀찮게 한단 말 야.”

노인과 다른 죄수 무리들은 하나 둘씩 착륙장에서 사라져갔다. 앨런이 보니 죄수 무리들은 착륙장 구석에 위치한 작은 건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착륙장 밑으로 거대한 기지가 있는 모양이었다.
중위는 앨런과 퍼거슨, 맥을 데리고 다시 비행정에 올랐다. 그들은 잠시동안 조용히 있었다.
보다 못한 맥이 한 마디 하였다.

“젠장, 중위님 왜 자꾸 말을 더듬거리고 그러십니까?”
“망할, 원래 계획은 103 부대 책임자로 있던 대위를 만나서 앨런과 퍼거슨 앞에 죄수들을 모이도록 한 다음에 앨런과 퍼거슨이 그들을 설득하면 지원자를 모집할 계획이었다고!”

존 중위가 울화통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래도 평소 중위님 같지 않으십니다.”

알버튼이 중위에게 말했다.
중위는 이마만 감싸고 있었다.

“젠장, 이 협상이 실패하면 다른 부대를 찾아서 다시 길을 떠나야 하는데, 저 노인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미 많은 부대들이 반란을 겪고 있는 것 같아.”
“그래도 우리가 연설을 안 하게 돼서 다행이야.”

퍼거슨이 앨런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그는 진심으로 다행이라 여기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것을 본 팬텀이 퍼거슨에게 주먹질을 하였다.

“이 망할 자식, 한 번 더 주둥이를 나불거리면 죽여 버리겠어.”

알버튼과 앨런이 일어나 팬텀을 급히 막았다.

“팬텀, 그만해!”

존 중위가 팬텀에게 소리쳤다. 팬텀이 마지못해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퍼거슨은 이미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

“후우, 일단 우리부터 살고 봐야 해, 이 일을 부대에게 보고하려면 시간이 너무 걸리니 일단은 지원부터 확답을 받은 뒤에 상부에 보고해도 늦지 않을 거야.”

중위가 마음을 조금 가라 앉혔는지 차분하게 계획을 밝혔다.

“내가 나가서 그 노인에게 조건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하겠어, 그 동안에 너희는 이 비행정 안에서 기도라도 좀 해 둬.”

중위가 그렇게 말은 한 뒤에 비행정에서 내리려던 그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비행선 하나가 착륙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지?”

앨런이 비행정을 나와서 살펴보니 그들이 탄 비행정과 비슷하게 생긴 비행정이 착륙장에 착륙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러자 다시 죄수들이 조그만 건물에서 우르르 몰려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 앨런이 탄 비행정이 착륙할 때처럼 열렬한 환호성을 질렀다.

“누가 온 건가?”

존 중위가 비행정에서 나와 보더니 말했다.
죄수들이 열렬한 환호를 받던 그 비행선이 착륙을 하자, 그 죄수들은 모두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비행선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 내리자 죄수들은 다시금 환호성을 질렀다.

“저들의 지도자가 온 건가?”

중위가 말했다.
맥도 어느 새 다가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수많은 인파에게 가려서 내린 이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무언가 대단한 인물이 온 것은 틀림없었다.

“정말로, 저희 엘리트 호위대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오시기를 지금껏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존 중위에게는 냉정하게 굴던 노인이 어느새 나타나 그 정체 모를 자에게는 굽실거리고 있었다.

“모두 엎드려 절을 올려라, 우리가 기다리던 VIP 손님이시다!”

노인이 하늘이 울릴 정도로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그곳에 있던 수많은 죄수들이 모두 엎드려 절을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정체불명의 인물에 얼굴이 들어났다.
단정한 검정색 정장 차림에, 카리스마 넘치는 흰머리에, 저절로 움츠리게 만드는 얼굴, 그랬다. 그는...

“멩스크다!”

앨런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자의 출현에 이미 그들의 계획은 꼬일 데로 꼬여버렸다.
이윽고 멩스크가 고개를 돌려 앨런과 존 중위를 보았다. 멩스크의 얼굴에는 마치 동물원에서 신기한 동물을 본 아이와 같은 표정이 나타났다.

“오호, 이미 또 다른 손님이 와 계셨군요.”
“아하하, 그렇습니다, 최근 따라 장사가 잘 되더군요.”

노인이 멩스크의 말에 장단을 맞추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만나기로 한 당신들의 지도자는 보이지 않는 군요.”
“하하, 그것이 용병으로 나간 부하들을 지휘하기 위해서 지금은 출타 중이십니다.”
“흐음, 이상 하군요, 전 이미 몇 일전부터 예약을 한 손님 아닙니까, 그런데 만나기로 한 날짜를 어기다니.”

멩스크가 주변을 둘러보며 혼잣말을 하듯이 말했다. 노인은 쩔쩔매며 계속 굽실거렸다.

“당신들 조건을 받아들이겠소!”

존 중위가 노인에게 외쳤다.

“당신들 조건을 받아들이겠소, 그러니 용병을 지원해 주시오.”

그는 노인에게 달려가 멩스크 바로 옆까지 접근하였다. 멩스크는 그런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자 노인이 더욱 안절부절 못하였다.

“죄..죄송합니다, 잠시 이 손님과의 거래부터 끝내고 다시 오겠습니다.”

노인이 존 중위를 조그만 건물로 안내하려하자 멩스크가 곧 바로 자신의 심기가 불편함을 들어냈다.

“오늘 내가 놀랄 일이 참 많군,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이 너무 갑작스레 찾아오니 정말 당황스럽소.”
“저..정말 죄송합니다.”

노인이 멩스크의 말을 듣고 곧바로 엎드려 그에게 사죄했다.

“당신은 당신의 비행정에서 잠시 기다리시오.”

노인이 존 중위에게 말했다.
그러자 중위가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거리는 충분했다.

“하하, 내가 잠시 잘 못 생각했소, 당신들을 고용하지 않고도 위험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코앞에 있는데 말이오.”

중위는 곧 바로 고개를 돌려 미소 짓고 있는 멩스크를 무섭게 노려보더니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냈다.




탕---




순간, 총성이 착륙장에 울려 퍼지며 착륙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총을 챙겨오지 못한 수많은 죄수들이 자신의 총을 찾으러 작은 건물을 향해 우르르 달렸다. 사람끼리 서로 밟히고 치이는 것이 태반이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인파 사이로 존 중위가 비행정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빨리 요!”

맥이 중위에게 외쳤다.
곧 이어 멩스크의 비행정에서 멩스크의 부하들이 내려와 비행정 입구에 서있던 앨런과 맥에게 사격을 가했다.

“앨런, 어서 들어가!!!”

맥이 착륙장에 소리가 울릴 정도로 크게 외쳤다. 존 중위가 비행정에 탑승하자 맥이 응사에 돌입했다.

다다다다----

팬텀과 알버튼도 맥을 도와서 응사에 돌입했다. 그러자 맥이 외쳤다.

“이 멍청한 녀석, 알버튼, 넌 비행정을 빨리 이륙시켜야지!”

알버튼이 맥에 말에 허겁지겁 조종석으로 이동했다.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앨런을 누군가 당겼다. 뒤를 돌아보니 존 중위가 바닥에 누워서 앨런의 옷을 당기고 있었다. 앨런이 고개를 돌려보니 중위의 복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역시 적이 미소를 보인다는 것은 자신이 있다는 소린데, 수많은 전투를 경험해보고도 이 꼴이 되다니.”

존 중위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퍼거슨, 이리로 와서 지혈하는 것 좀 도와줘!”

앨런이 겁에 질려있는 퍼거슨에게 외쳤다. 퍼거슨도 앨런의 부름에 정신을 차렸는지 앨런을 도와 지혈을 하기 시작했다.

“소용없어, 젠장, 간에 맞은 것 같아.”

존 중위가 웃어보였다.

투다다다----

무기를 가지러 갔던 죄수들이 무기를 챙겨 와서는 맥과 팬텀을 향해 사격을 가했다.

“젠장, 왜 아직도 비행기가 이륙을 안 하는 거야?”

맥이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나오는 적을 죄수들을 향해 사격을 가하면서 힐끔힐끔 중위를 바라보았다.

“망할!”

맥이 외쳤다.

“중위님은 왜 또 쓰러져 계신...!!!!!”

맥은 미처 말을 다하지 못하고 얼굴에 총알을 맞고 말았다. 그의 얼굴이 가루가 되어서 살점이 여기저기로 흩어져 버렸다.
팬텀이 그 광경을 보고 미친듯이 괴성을 지른다.

“망할 XX들아!”

팬텀이 연신 사격을 가하다가 씩씩 거리며 조종석으로 이동했다.

“이 멍청한 자식아, 왜 이렇게 이륙이 더뎌?”

팬텀이 조종석에 앉아있는 알버튼에게 외쳤다.
그러나 알버튼은 대답이 없었다. 팬텀은 잠시 멈칫하다가 손을 내밀어 조용히 알버튼을 조종석에서 밀어냈다.

“이 멍청한 자식, 비행정 앞 유리에 방탄 모드 스위치를 항상 켜두고 있었어야지.”

팬텀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리고는 팬텀이 어떤 단추를 누르자 박살이 나있던 앞 유리가 있던 자리에 멀쩡한 방탄유리가 나타났다.

“앨런, 조종석을 맡아!”

팬텀이 앨런에게 외쳤다. 그는 곧 바로 비행정에서 내려 적들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크하하, 덤벼라!"
“젠장, 난 조종할 줄 모른단 말 야!”

앨런이 총알을 맞고 쓰러져가는 팬텀에게 외쳤다.

“앨런, 조종 매뉴얼 책이 조종석 밑에 붙어있어,”

중위가 말했다.
앨런이 일어서서 조종석으로 가려하자 중위가 앨런을 붙잡았다.

“우리 소령님은 정말 좋은 분이야, 반드시 임무에 성공해야해.”

존 중위가 자신의 군모를 벗어서 앨런에 머리에 씌웠다.

“자네라면 나대신 그 임무를 잘 해줄 것 같아,”

존 중위가 앨런의 어깨를 살짝 다독거렸다.

“앨런,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어?”
“얼마든지요.”
“행성 이름은 어떻게 생각해 낸 거야?”
“그건....절 사랑해주었던 여자의 이름이에요.”

앨런이 말했다.
그러자 존 중위가 얼굴 가득히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의 입에서 피가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나도 지금 아내 생각뿐이거든, 이제 나도 그만 가족을 좀 보러가야겠어.”

중위의 손이 앨런의 어깨에서 떨어졌다. 앨런은 급히 조종석으로 달려가 매뉴얼을 챙겨서 일단 비행정 문을 닫은 뒤에 곧 바로 조종간을 잡고 힘껏 당겼다. 비행정이 점점 이륙하더니 이내 그 행성에서 빠져나왔다.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위험한 순간에서 빠져나오자 허무함이 앨런에 마음에 엄습해왔다.
앨런은 자신의 머리에 씌어져 있던 군모를 벗어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군모에 계급장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흐흐흐흐.”

앨런이 조종석에 앉아 실실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퍼거슨도 따라 웃기 시작했다. 그들은 비행선 내부에 뒹굴고 있는 존과 알버튼의 시체는 치울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렇게 한 동안 웃기만 했다.







  [    멩스크의    패기와    당당함은   그가,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매우    유용한    곳에   쓸   줄   알기   때문이다.   ]

                                                                                                                                          
                                                                                                                                              -  테란 자치령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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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값은.....제발 댓글 하나만이라도..(ㅠ ㅠ)
간만에 길게 썼더니 문장이 조금 부자연스러운 곳이나 오타도 있었을 것 같네요. 정말 간만에 씁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

예전 서명을 보니, 난 중2병이었던 모양이다...

  • 1
  • 흑형들의 치열한 싸움
  • 2011-06-07 16:59
  • 2
  • 나이키 쩌는 광고 [1]
  • 2011-06-07 16:54
  • 4
  • 송승근님!!!!!!! [1]
  • 2011-01-09 19:44
  • 5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11-01-09 19:43
  • 6
  • 툴리여 안녕~! [7]
  • 2010-10-09 15:24
  • 9
  • 198킬 0데스 [1]
  • 2010-09-15 21:58

  • 이종혁

    2008.08.21 15:45:35

    재미있네요. 소설값냅니다.

    얌마

    2008.08.22 12:05:21

    오오, 감사합니다.^^

    모리노아

    2008.08.22 20:49:47

    ㅜㅜ제가 요새 일이 좀 있어서요~ 조만간 연재 해야죠ㅜㅜㅎㅎ머린이님은 여전히 잘쓰시는군요ㅎㅎ스크롤의 압박이 있었지만ㅋ잘읽고갑니다용^^! ㅎㅎ

    얌마

    2008.08.22 21:22:14

    ㄴ오홀홀, 간만이네요. 이번 것이 좀 긴 이유가 1장은 12화가 마지막이라서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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